oo예대를 졸업하고 이제 막 40대가 된, 18년 차 웹디자이너 차장.
그냥 주저리 떠들고 싶어서, 아무도 안 볼 것 같은 내 블로그에 한번 써보려고.
내 커리어의 대부분은 SI였는데, 보통은 파견으로 대기업에 들어가 몇 개월 혹은 몇 년간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나는 디자인을 하고 퍼블리싱까지 같이 하고 있는데
다들 외부에 보여지는 화려한 디자인의 웹사이트나 상세페이지 등의 디자인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나는 회사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화려한 디자인은 별로 없고,
심지어 보안 때문에 포트폴리오로도 쓸 수가 없다 안타깝다...
이쪽 디자이너는 포트폴리오를 따로 준비하지 않고, 개발자와 똑같이 경력기술서만 작성하는 편인데
오랫동안 딱딱한 시스템 위주의 디자인만 하다 보니, 따로 알바를 하려 해도 엄두가 안 나기도 하고,
외부 세상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같은 웹디자이너지만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두려웠던 것 같아.
아마 일반적으로 디자인하는 분들도 SI 쪽 세상은 거의 모르니까, 서로 두려워하는 걸 수도 있겠다ㅋㅋ
아... 이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닌데ㅋㅋ
오늘 오전에 회사 자금 사정이 어려워서, 디자이너는 이제 같이 가기 어렵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정확히는 ‘디자이너만’.
몇 달 전부터 회사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조짐이 있긴 했지만, 나만 또 나가라고 할 줄이야.
‘또’라는 건, 지금이 무려 3번째.
거의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ooo 회사에서 러브콜이 와서 입사 → 몇 년 후 회사 자금 사정 어려워짐 디자인팀 통째로 정리해고 → 나가서 프리하다가 다시 러브콜 → ooo 회사 프리랜서로 프로젝트 몇 년간 하다가 또 자금 사정으로 정리해고 → 나가자마자 또 러브콜 → 같은 ooo 회사지만 회사랑 분리돼서 팀 단독으로 움직이는 팀에서 일함 → 몇 년 하다가 또 자금 사정 어려워짐 → 그리고 오늘, 또 정리해고ㅋㅋ
정리해놓고 보니까 왜 자꾸 다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ㅋㅋ
최종적으로 나를 정리하는 사람은 회사 대표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워낙 오래됐고 좋은 사람들이라,
대표와 상관없이 그냥 다니고 있었던 거야.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정리할 때마다 디자이너만 정리하나?
현재 진행 중인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급여가 훨씬 높은 프리랜서 디자이너는 계속 고용 중인 이 아이러니.
나 한 명 정리한다고 회사 사정이 나아질까?ㅋㅋ
디자인과 퍼블리싱, 스케줄 관리까지 모든 걸 혼자 다 해내고 있는데...
역시 묵묵히 열심히 하는 건, 정리해고 대상이 되는 데에 도움이 된다.
그래도... 어떻게 3번이나?
실업급여 받으면서, 내 마음이 회복되는 일에 집중해야겠다.
곧 정리되는 마당에 왜 이렇게 일이 많은 거지?
디자인을 만들어야 할 화면 기획 문서만 해도 100페이지에 가까워.
그 후에 퍼블까지 다 내가 해야 함. 어이없네ㅋㅋ
자꾸 기분이 가라앉는다.
일이 손에 안 잡혀서 산책을 다녀왔다.
역시 산책을 다녀오니 기분이 좀 나아지네.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지ㅋㅋ 하지만 하기 싫은걸?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웹디자인 일 자체에 회의감이 든다.
왜 회사가 어려울때마다 디자이너만 없애버리는걸까 직업을 잘 못 선택했나ㅋㅋ
정리해고 당하지 않는 나만의 일을 하고 싶다.
예전에 연예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라는 팟캐스트를 자주 들었었는데
그걸 만든 이유가 내가 짤리지 않는 방송을 하고 싶어서 였다고 했던 것 같은데
너무나 공감된다 나도 그런걸 하고싶다
항상 고민은 하는데, 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에는 엄두가 안 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나 자신ㅋㅋ
우울감 무기력함 어떻게 이겨내면 좋을까
글이라도 자유롭게 쓰면서 극복해내고 싶다
소소하게 이것부터 (#1_디자이너 일기 ~ #100_디자이너 일기) 까지 매일 한번 써보자
결국 극복 해내고 말겠다는 다짐과 함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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