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_디자이너 일기: 오늘은 산책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정리해고 소식을 들은 지 하루가 지났다.
어제 무한대로 가라앉은 기분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매일 산책을 해보자 다짐하고는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 마시고 집 근처 산책.
집 근처에 이렇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산책길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자.
역시 기분 전환엔 산책만 한 게 없는 듯하다.
확실히 산책을 하고 약간의 땀도 흘리고 나니 기분이 한결 좋네.
오늘은 특히 길가에 벚꽃도 만개해서 보기 좋았다.
이번 주말이 피크라는데 태풍 예보가 있어서 아쉽다.
새소리, 물소리, 기분 좋은 소리들에 집중해서 걷다 보니 안 좋은 기억들은 잠시 잊혀진다.
이제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
한 50번쯤 다짐했던 1일 1산책을 또 다짐해본다.
한 바퀴 돌고 와보면 7천 보 정도 되는데, 내일은 좀 더 길게 1만 보 걸어보자.
산책을 하고, 시원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한 잔 마시고
퇴사 전 해야 할, 아직 산더미처럼 남아 있는 디자인 작업들을 했다.
이제 한 80페이지 정도 남은 듯...ㅋㅋㅋ
나는 오늘도 여전히 새로운 직업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다...ㅋㅋㅋ
근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직도 고민 중이다.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한 번 해볼까 말까—
그래서 "한 번 해보자!" 하고 구입했던 재료들도 많은데, 결국 안 한 것도 많다.
뭐... 그런 것들이 다 고민의 흔적들이라고 보면 된다.
몇 년 전엔 스마트스토어도 도전해봤는데 흐지부지됐고,
그래도 언젠가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이 있어서 사업자는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업급여 수급에 문제가 될까 싶어서... 어제 그냥 폐업 신고 해버렸다 ㅋㅋ
받을 건 받아야지, 뭐.
고등학생 때 웹디자인을 시작해서 공모전 입선을 시작으로,
대학도 디자인 전공, 직장도 줄곧 디자인 쪽이었다.
대학생 때 패밀리레스토랑 알바 빼고는 디자인 말고 돈 받고 해본 일이 거의 없다.
…해본 게 도둑질이라고, 결국 계속 디자인을 해야 하나 싶은 요즘이다.